우리는 후회하면서 세상을 살 때가 많습니다. 그 후회의 근본은 내가 나 자신에게 속았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대상과 나를 동일시하는 착각 때문입니다. 돈이 많다고 해서 부자가 되었다고 해서 내가 커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식이 많고 똑똑하다고 해서 자신이 굉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남들이 나에게 이렇다 저렇다 평가합니다. 이럴 때도 남이 평가해주는 것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는데 바로 여기에 허점이 있습니다. 그 평가와 우리의 현실은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입니다.
▉ 자신에 대한 정직함
오늘 성경말씀에서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내용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 정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직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사도 바울도 이 정직함에 있어서는 대단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로마교회는 사도 바울이 세운 교회가 아닙니다. 오순절 성령 체험 후에 로마로 건너간 성도들에 의해서 세워진 교회입니다. 이들은 비록 사도 바울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바울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듣고 있었기에 참으로 그를 위대한 사도로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바울은 자기의 약점을, 어두운 면을 숨기지 않고 낱낱이 적어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진실됨과 정직함을 바탕으로 복음이 전해진 것입니다.
▉ 객관화 시켜 바라본 자아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악과 위선과 거짓에 젖어 살아가면서 어디까지가 의인지, 어디까지가 선인지 모르고 그냥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본문에서 자기 자신을 객관화시켜서 죄가 나를 사로잡아 온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23절). 아는 대로 행하는 것도, 모처럼 선한 일을 행한 것도 그 속에 악이 있는 것을 보고 죄된 인간의 모습을 불쌍하고 곤고하다고 표현했습니다(24절). 사도 바울은 인간의 전적 타락과 전적인 무능을 알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머물러 탄식만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모순덩어리인 자기를 이때까지 이끌어주신 주님의 은혜를 깨닫게 된 것입니다.
▉ 오직 하나님의 은혜
고전15:10에서 사도 바울은 “나의 나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라는 고백을 합니다. 그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오늘 자신의 모습을 있게 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은혜 안에 있는 자기 정체를 확인하고 감사합니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사도 바울은 오직 은혜로 자신이 있음을 알고 은혜로 미래가 있게 됨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자신이 똑똑하고 다 갖추었다고 자만하지 마십시오. 주님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죄악만이 무성한 존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은혜의 말씀을 믿고 순종하게 되면 더 이상 죄악이 나를 붙들지 못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참된 능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